입맛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라

입맛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라

매일 환자를 진찰할 때 마다 환자에게 흔히 듣는 질문이 있다.   바로 본인의 체질이 뭐냐고 하는 것이다.   여기서 체질은 요즘 유행하는 사상체질이다.   사상체질이란 사람의 체질을 네 가지 즉 소음인, 소양인, 태음인, 태양인으로 나누어 질병을 치료하고, 또한 일상생활에서 식이, 섭생지도 등을 통해 건강을 증진하고자 하는 체질의학의 한 종류이다.    사상체질의학은 조선후기 동무 이제마 선생이 정립한 독창적인 민족의학으로 불과  100여년의  짧은 역사지만 이제는 당당히 한의학의 한 부분으로서 자리매김을 하고 있으며, 대학병원에서도   체질의학 전문의제도를 두어 질병치료에 있어서도 훌륭한 임상성적을 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이제는 사상체질은 혈액형처럼 건강 상식인양 여겨져 환자들은 자기가 사상체질 중 어떤 체질인지 궁금해 한다. 본인의 체질이 정해지면 이왕이면 자기체질에 맞는 음식을 주로 섭취함으로써 건강증진을 도모하고자 하는 순수하고도 애틋한 의도일 것이다.       그러나 사상체질은 혈액검사를 통해 정해지는 혈액형처럼 단순한 것이 아니다.    흔히 마르고 소화 안 되면 소음인, 뚱뚱하면 태음인, 그 중간이면 소양인으로 간주하고, 태양인은 거의 없다고 하니 아예 논외로 한다.   유감스럽게도 아직 사상체질 진단에 있어 표준화된 방법이 없어 어떤 의사는 설문지법을 통해 사상체질을 정하는가 하면, 또 어떤 의사는 맥을 통해, 또는 얼굴형을 통해, 또는 체형을 통해,   또는 성격을 통해, 또는 음성을 통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이 난무하고  있다.  좀더 확실하고 객관적이고표준화된 사상체질 진단방법이 나오기 전까지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굳이 체질타령을 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이쪽 한의원에서는 소음인, 또 다른 한의원에서는 태음인, 또는 소양인, 태양인 등으로 모든 경우의 수가 다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어딜 가나 소음인이라고 하면 속 편할 텐데 이렇게 여기저기서 진단이 틀리면 환자는 무얼 믿고 따라야 할지 난감하다. 또한 진단이 다행히 정확하고, 그 체질진단에 따른 식이요법, 생활요법이 건강에 도움이 되면 좋은데, 실제 체질과는 반대체질로 진단되어 약물이 투여되고, 식이와 생활요법을 진행 하였다면 건강은 좋아지기는 커녕 더 나빠질 것이다.  이런 점이 안타까워 필자는 체질진단을 집요하게 요구하는 환자들에게 “그냥 입맛 따라 드시는 게 정답입니다”라고 얘기한다. 그러면 어떤 사람은 수긍하고, 어떤 사람은 기대와는 다른 짤막한 답변에 실망하고 만다.

 몸에 불균형 생기면 보완하는 음식 찾게 돼                                                                                                                     

 그러면 왜 입맛 따라 먹는 게 정답일까? 이 얘기는 자기 몸에서 보내는 신호에 귀를 기울이고, 몸이 자기한테 요구하는 내용을 존중하라는 뜻이다. 맛에는 대표적으로 신맛, 쓴맛, 단맛, 매운맛, 짠맛, 떫은맛, 담담한 맛이 있다. 또한 이 맛은 한의학에서는 장부에 배속되어있다. 즉 신맛은 간, 담(쓸개)에, 쓴맛은 심·소장에, 단맛은 비장, 위장에, 매운맛은 폐장, 대장에, 짠맛은 신장, 방광에, 떫고 담담한 맛은 무형의 장부인 심포, 삼초에 배속되어 있다.  이 말은 신맛은 간과 담의 생리적 활성을 높인다는 뜻이며, 쓴맛은 심장과 소장의, 단맛은 비장과 위장의, 매운맛은 폐와 대장의, 짠맛은 신장과 방광의, 떫고 담담한 맛은 심포와 삼초의 생리적 활성을 높이고 기능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우리 몸은 호메오스타시스(homeostasis)라고 하여 항상성을 유지하려고 하는 기전이 항상 발동하고 있어 시소처럼 몸의 평형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몸은 오장육부의 장부에 불균형이 생기면 약해져 있는 장부 기능을 촉진하기 위해 그 장부에 해당하는 맛의 음식을 찾게 되어 있다.  그래서 만약 피로, 과음, 스트레스 등으로 간장의 기능이 많이 떨어져 있다면 몸에서는 간장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음식 중에서도 신맛 나는 것을 더욱 찾게 한다. 반대로 간장의 기능이 상대적으로 너무 항진되어 있으면 신맛 나는 음식을 싫어하게 된다. 비장과 위장의 소화기 기능이 떨어지면 단맛을 찾게 되어 있는데, 단 음식이 그야말로 꿀맛으로 계속 섭취하다가 어느 순간 몸에서 단맛이 필요하지 않으면 이제는 단 음식을 피하게 되고, 단 음식을 먹어도 달게 느껴지지 않는다.   재미있는 것은 심장의 기능약화로 쓴맛을 요구하는 경우, 쓴 음식을 섭취해도 쓰게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달게 느껴진다. 몸에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오묘한 인체의 신비이다.

먹어서 입에 달고, 속 편하면 맞는 음식                                                                                                                              

흔히 임신하면 초기에 신 것을 찾는다. 앞에서 신맛은 간장과 담(쓸개)의 기능을 촉진한다고 하였다. 태아를 엄마뱃속에서 한창 만들고 있을 때 엄마의 간장과 담은 많이 지쳐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신맛을 찾음으로써 기능을 회복시키려고 하는 자구책인 것이다. 또 평상시에는 고기는 쳐다보지도 않던 사람이 임신하자 고기를 찾는 경우도 흔히 본다. 태아나 엄마가 몸을 위해 요구하는 것이다. 항상 몸의 입맛을 통한 요구에 귀를 기울여라.  오늘도 끊임없이 오장육부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몸은 혀를 통해 다양한 입맛을 요구할 것이다.    처음에 제기한 사상체질진단의 정확성을 기하려면 제시된 체질별 식이표 중에서 좋아하는 음식이 어느 체질에 많은가 보는 것도 오류를 최소화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만약 정말 사상체질 중 소음인이 맞는다면 소음인에 이로운 음식에 본인이 좋아하는 음식이 많고, 또 해로운 음식에는 싫어하는 음식이 많고, 또 먹으면 속도 편치 않고 탈나는 음식이 많을 것이다.  과연 이 음식이 자기한테 맞는지 안 맞는지 궁금하면 먹어봐서 입에서도 달고, 들어가서 속도 편하다면 일단 맞는다고 보면 된다. 자기 입맛을 존중하는 식생활로 건강을 더욱 증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종효|보국한의원 원장 한의학박사